2003, 캄보디아 #4 – 앙코르 3

2003.12.4 – 앙코르 투어 2일

오늘은 앙코르 왓에서 일출을 보고,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앙코르에서 제일 멀리 있는 유적들을 돌아야 하므로, 좀 피곤한 하루가 될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어제 우리와 같이 투어를 같이한 툭툭 기사가 아프다는 이유로 새로운 사람이 왔다. 눈치를 보아하니, 원래 툭툭은 자기것이고, 어제는 자기 툭툭을 빌려준듯 하다. 새로온 기사가 영어도 좀 더 잘하고, 좀더 능청스럽고 틈만 나면 편하게 하루를 떼우려는 노력이 보인다.
아무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앙코르 왓으로 출발.

앙코르왓 일출
어젯밤에 숙소에서 1년여간 세계일주를 하는 중년의 부부를 만나서 앙코르왓 일출에 대해서 얘기를 들었다. 되도록 일찍 출발할것, 앙코르왓으로 가는 다리에서 호수에 비치는 별들을 볼것. 이에 충실하고자 새벽에 출발했고, 종환씨는 그냥 자겠다고 해서 큰형님과 둘이서 출발했다.
앙코르 유적의 관리인들은 밤세워 입구를 지키고(도굴을 막기위해) 있었는데, 우리를 보더니 “왜 이렇게 일찍왔냐.. 너네 팀이 오늘 첫번째 사람들이다.” 라고 한다. 어제들은 조언을 기억하며 깜깜한 (가로등 없는 정글 한가운데 유적들이 있음) 다리를 건넌다. – 앙코르왓은 해자를 사용하여 외부의 침략을 막는 전형적인 성의 모습인데, 해자가 꽤 커서 조그만 호수를 이룬다. – 다리를 건너면서 달과 별이 호수에 비치는
모습은 과연 기억에 남을만 했다. 우리가 플래쉬를 가져오지 않아서 라이터로 한걸음씩 비춰가며 걷고 있는 도중에 일본여자 둘과 가이드 한팀이 우리 뒤를 따라온다. 그 가이드의 플래쉬 빛을 따라서 같이 들어가 자리를 잡고, 해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일본여자 둘은 영어를 전혀 못하고, 가이드는 영어와 일본어를 잘해서 주로 가이드와 얘기를 나눴다. 지리상으로 가까운 일본이지만, 그 여자들과 얘기를 하려면 가이드를 통해서 영어 <-> 일본어로 얘기를 해야했다. 아.. 물론 “안녕하세요”, “곤니찌와”는 직접 얘기를 했고.
앙코르를 안내하는 가이드는 캄보디아에서 발급한 라이센스가 있는 사람만 할 수 있고, 이들은 캄보이다 내에서도 엘리트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등 자신이 구사 가능한 언어에 따라 가이드를 하고 있었으나, 유독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가이드에게 이를 묻자 한국어 가이드는 수요가 거의 없어서 찾기 힘들다고 한다. 이유인즉, 한국 관광팀은 한국인 가이드가 직접 하면서 (불법이라고) 라이센스 있는 가이드(한국어를 못해도 좋은)를 그냥 데리고 다니기만 한다고 한다.
아무튼… 1-2시간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해가떴다. 그.러.나. 지평선에서 올라오는것도 아니고, 앙코르왓 사원 건물에서 뜨는것도 아니고(엽서에서 처럼) 애매한 산에서 떠버리는 바람에 기대와는 다르게 썰렁한 일출이었다. 게다가 구름도 약간…
이따 오후 일정은 앙코르왓을 3시간동안 돌아보는 것이므로, 일단은 아쉬움을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일출을 기다리는 관광객들


아침엔 춥다… 해뜨기를 기다리는 중


앙코르왓의 일출

반띠아이 쓰레이(Banteay Srei)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출발. 오전 일정은 앙코르에서 20-30 km 떨어진 두곳의 유적지를 간다고 한다. “왜 볼것도 많은데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는걸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가보니… “우와~~”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가는 길은 1시간 정도 걸렸는데, 전형적인 캄보이다 사람들의 집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유적지 근처에 살기 때문에, 다른 농사짓는 사람들 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그들이 사는 모습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앙코르 유적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렇게 많고, 오래동안 보아왔음에도 이사람들은 외국인들을 보면 아직도 신기한듯 쳐다본다.
그렇게 도착한곳은 반띠아이 쓰레이.
도착해서 바로 화장실을 찾았는데, 앙코르 유적중에 제일 깔끔한곳은 화장실이다. 그 앞을 지키며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데, 앙코르 입장권이 있으면 무료 이용. 그렇지 않으면 돈을 받는 사람이었다. 친절하고, 예쁜 아가씨였다. 🙂

10세기 후반(967), 라젠드라바르만 2세-자야바르만5세
시바(shiva)신에게 바쳐진 조그맣고 아름다운 사원이며, 현재도 복구가 진행중이다. “반띠아이 쓰레이”는 앙코르 여러 유적 중에서도 뛰어난 조각으로 칭송받는 곳이며, 벽에 조각하는 부조 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입체적이다. 과연 어떻게 저렇게 조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 앙코르 복구 팀에서도 “보석”, “크메르 예술의 극치”라고 할 정도라고 한다. 붉은색 돌을 깎아서 만들었다기 보다는 조각을 붙여가며 만들었다고 할 정도..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아무리 앙코르에서 먼 유적이라고 하지만, 앙코르를 둘러보는 관광객이 꼭 가봐야할 중요 유적지이다.
반띠아이 쓰레이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11.html


반띠아이 쓰레이 입구


이런걸 어떻게 파내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유럽 건축/복원가들은 계획과 관리를, 실제 작업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캄보디아를 비롯한 뜨거운 동남아 지역의 전형적인 집의 모습은, 지열을 피하기 위해서 땅위에 바로 짓지 않는다. 1층은 창고나 차고로 사용하고, 주로 그 위에 집을 짓는다. 집에 차도 있고, 좀 사는 집인듯 하다. 대부분 나무로 지은 집이고, 잘 사는 집은 시멘트로 짓는데,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반띠아이 쓰레이에서 반띠아이 쌈레로 가는 길

반띠아이 쌈레(Banteay Samre)
12세기 후반 수리야바르만 2세
오전 일정 중 두번째 이자 마지막 유적으로, 비슈누에게 바쳐진 아주 한적하고, 보존 상태가 아주 좋은 사원이었다. 특히 사원내부에 탑을 중심으로 둘레의 땅이 꺼져있는데, 해자를 만들었던 흔적이라고 한다. 물이 차있는 사원에서 조용히 불경을 읽던 스님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반띠아이 쓰레이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20.html


해자 흔적과 중앙 탑

이것으로 오전 일정이 끝났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멀고, 조금만 가면 오후 일정의 시작이 되는 앙코르 왓이 있어 그 앞에서 점심을 먹고 쉬기로 했다. 툭툭 기사는 우리를 내려주고, 앙코르 왓 관광이 끝나는 시간에 돌아온다고 한다. (뺀질이…)
앙코르 왓은 앙코르 유적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이고, 가장 유명한 사원답게 다른 유적지 보다 음식점, 관광품 판매점이 많다. 그 중에 가장 그럴싸한 곳으로 들어가서 메뉴를 보니… 헉… 시장에서 먹는 것보다 5-6배는 비싸다! 그럴싸하니깐 비싼거야.. 하면서 제일 허름한 곳으로 다시 들어갔는데, 거기도 값은 비슷하다.
(그래봐야 한끼에 $3였지만…)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아줌마가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메뉴에 나와있는 값에서 $1씩 깎아줄게.” 오~~ 이 동네는 레스토랑의 메뉴판에 적혀있는 값도 뻥튀기에 깎을 수 있단 말인가… -.-;
내가 이번 여행에서 현지인 음식들도 무리없이 잘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이집에서 깨졌다. 제일 무난할것 같은 “치킨 카레”. 왠만한 향신료도 그냥 맛있게 먹었지만, 이집의 카레는 정말 못먹었다. 시큼하고, 톡쏘는 맛에 골때리는 향기까지.. 우욱… 그래도 반은 먹었다. -.-v
밥을 먹고 있는데, 5-6살짜리 여자 꼬마애들 둘이 스커프를 팔려고 계속 옆에서 말을 건다. 처음에는 못들은척 했지만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하는게 귀여워서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그러다 큰형님께서 하나 사겠다고 하자.. 결국 물건을 팔던 친구 둘 사이에 경쟁이 붙었다. 난 5개에 $1, 난 6개에 $1… 그러다 둘다 피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 둘이 따로 쇼부를 보고 온다. “나도 5개에 $1, 얘도 5개에 $1”
이란다. ㅋㅋ 둘중에 한명한테만 사기가 그래서 한명당 3개에 $0.5씩 양쪽에 사겠다고 하니까 싫다고 한다. 아직 어려서 계산이 안되는건가? 끝까지 싫다고 한다. 결국 화가난 애들한테 “You’re Girl-boy”라는 말을 들었다. (넌.. 게이야..)
한번 아이들과 얘기를 시작하면 주변에 있던 모든 애들이 모두 몰려오고, 그 엄마, 할머니까지 뒤에서 애들이 파는걸 지켜본다. 실제로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은 그 꼬마들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물건을 주고, 돈을 받고. 아마도 영어가 가능한 애들이 물건을 팔고 일정 커미션을 받는듯 하다. 그 꼬마 사진을 찍어둘껄… 아쉽다.

앙코르왓(Angkor Wat)
12세기 초반(1113-1150), 수리야바르만 2세
앙코르 유적중에서, 캄보디아 건물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에 하나라는 평을 받는 앙코르왓은 규모, 구조등에서 단연 압권이다. 먼저 앙코르 왓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자를 건너야 하는데, 해자의 규모가 상당히 크며, 앙코르왓을 빙 둘러서 땅을 파고 물을 체웠다. 일단 들어가기 전부터 입이 벌어진다. 아, 아까 새벽에도 왔었지? ㅋㅋ
앙코르의 모든 유적들은 생명을 뜻하는 동쪽이 정문인데, 앙코르왓은 죽음을 뜻하는 서쪽이 정문이다. 이를 통해 앙코르 왓은 “화장터”였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사원의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걸어다니면서 그 구조를 파악하기가 힘들며, 사원의 구조는 힌두교의 우주관에 따라 만들어져서, 우주의 중심인 메루산이 있는 천상계, 인간계, 미물계 등을 나타내고 있다. (힌두 문화와 전설에 대해서 공부를 할껄…)


앙코르왓 엽서 사진, 위쪽의 물이 해자이고, 그 안에 앙코르 왓이 서있다.
( 출처 : http://imagebingo.naver.com/album/image_view.htm?user_id=disperwold&board_no=24887&nid=7280 )


해자를 건너 입구를 지나 한참을 걸어야 앙코르 왓 중앙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


잠시 쉬며, 하늘을 보다.


1층의 회랑 부조는 동서남북 모든 벽에 크메르 왕조의 전투, 힌두 신화, 일상 생활,
창조신화 등등이 새겨져 있다.


위가 비슈누, 밑의 새가 “가루다”라는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전설의 새.
탁본을 뜨느라 빨갛게 되고, 관광객이 만져 반질거린다.


왕과 승려만이 올라갈 수 있었단느 앙코르왓 3층


3층을 오르는 계단은 가파르고 좁은데, 이는 오직 신만이 드나들 수 있다는 의미


앙코르왓의 승려. 태국과 캄보디아의 승려들은 외국인과의 대화에 열성적이다.
사원에서만 생활해서 그런가? 누구나 쉽게 대화가 가능하다.


아쉬운 앙코르왓 관광을 뒤로하고…

빡세이 참끄롱(Baksei Cham Krong)
10세기 중반(947), 하르샤바르만 1세-라젠드라바르만 2세
1일차에 관광 일정에 있었으나, 시간상 가보지 못해 앙코르왓에서 프놈 바켕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잠시 들렀다. 정사각형 기단에 높이 솟은 모습이 균형 잡혀 보인다.
빡세이 참끄롱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08.html

프놈 바켕(Phnom Bakeng)
9세기 후반 -10세기 초, 야소바르만 1세
2일차 일정의 일몰을 감상하는 포인트로 알려져 있으며, 앙코르 유적 내 언덕에 위치한 사원으로 앙코르 유적 및 똔레삽 호수까지 한눈에 보인다. 특히 주변이 탁 트여 석양이 무척 아름답다.
이 날은 특히나 한국인 아줌마/아저씨 단체 관광객들이 두팀이나 모여있는데, 모두가 다 사장/사모님이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웃고, 노래하고… 주변의 모든 외국인들을 한번에 제압하는 한국 아줌마, 아저씨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프놈 바켕 관련 자료 : http://www.travelg.co.kr/tg10/angkor/an005.html


석양을 기다리는 사람들, 자세히 보면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가 보인다.


프놈 바켕의 석양

2003, 태국 #prologue
2003, 태국 #1 – 방콕
2003, 캄보디아 #2 – 앙코르 1
2003, 캄보디아 #3 – 앙코르 2
2003, 캄보디아 #4 – 앙코르 3
2003, 캄보디아 #5 – 앙코르 4
2003, 태국 #6 – 방콕
2003, 태국 #7 – 꼬따오(다이빙), 꼬싸무이
2003, 태국 #8 – 아유타야
2003, 태국 #epilogue

@ F80D/24-85G/G5, 앙코르-캄보디아,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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