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제주도 – 마라도

국토 최남단, 조그만 섬, 어느 광고의 한장면.
이게 내가 알고 있는 마라도의 전부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첫 배를 타려 모슬포 여객항으로 가는 길은 약간 흐린 여행하기 딱 좋은 그런 날씨였다. 배를 타고 남서쪽으로 가파도를 지나 마지막 마라도. 배가 가파도 옆을 지나자 파도가 엄청났다. 선장의 “오늘은 바람도 많고, 특히나 가파도 근처는 물살이 세서 배가 좀 흔들릴것이다”는 말에 배는 금세 하늘과 바닷속을 넘나들듯이 앞뒤로 흔들리고, 손잡이를 꽉 붙잡지 않는 이상 서 있기 조차 힘든 그런 파도였다. 아마도 지금껏 타본 모든 배 (레프팅을 포함해서) 중에 가장 스릴있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마라도 짜장면집 콜리

마라도에 도착하자, 낚시대를 든 사람들과 당일 여행객들로 붐볐다. 아침에 배를 타고 들어와 오후에 나가는게 마라도 관광의 전형이라고 한다. 사실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도 한시간이면 섬을 한바퀴 돌 수 있고, 회나 유명한 마라도 짜장면 (해물을 조금 넣고, 약간 매운 마라도식 자장면인데, 인기를 끌자 마라도 내 몇곳에 더 생겼다고 한다)을 먹고도 두시간이면 넉넉하게 즐기다 나올만한 곳이었다.



나는 하루를 묵으면서 낚시도 하고 쉬엄쉬엄 다니려 숙소부터 구했다. 4월은 그래도 비수기인지라 방은 모두 비어있었고, 나는 미리 인터넷에서 찾아본 횟집 + 민박을 겸하는 곳에서 짐을 풀었다. 맘씨 좋은 주인 아저씨는 요즘이 낚시철이 아니고 지금 (정오가 다 되어가는 땡볕)은 물때가 아니지만 저~ 쪽 가면 혹 모르겠다며 잡은 고기를 담아올 그릇과 몇가지를 챙겨주신다. 5-6시쯤 같이 낚시나 하러 가자시면서…



땡볕에 앉아 흔들리지도 않는 낚시대를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들어와 쉬다가 아저씨와 낚시를 하러 갔다. 아저씨의 갯바위용 낚시 신발도 빌리고, 마라도에서나 쓸 수 있다는 골프카트(여기선 자동차보다 이게 더 유용해 보인다)를 타고 선착장 근처로… 마라도는 손바닥 보다도 작은 자리돔이 유명한데, 주로 배를타고 그물로 잡는다고 한다. 아직 수온이 낮아서 고기가 없다는 말 때문인지.. 이날도 한마리도 못잡고, 결국 아저씨게 회를 만원어치 사서 아저씨 아주머니와 같이 먹고, 아저씨가 쏘신 삼겹살에 소주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 마라도를 나와서 서울로 돌아가려 아침일찍 일어나 보니.. 비바람이 엄청났다. 제주보다 더 바람이 많다는 마라도니까 엄청나겠군요.. 하고 있는데 아저씨는 “배가 뜰라나 모르겠네…” 라신다. 헉~!
서울로 오늘 꼭 가야하는건 아니지만.. 태풍이나 이런거 오면 몇일씩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다시며 가서 배편을 확인해보라고 하신다. 10시에 맞춰 첫배를 타려 나갔는데, 다행히 아침 첫배가 관광객을 싣고 와있었지만… 호우주의보가 발동되서 배가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마냥 기다려보란다. 헉헉~!
결국 다행히도 오후 3시쯤 배가 다시 나갔고, (이 배가 그날 유일하게 들어온 마라도 배였다) 엄청난 빗속을 뚫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

@ F80D/24-85G, 마라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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