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하나뿐인 내 동생, 카피라이터, 前 미남자, 한 가정의 남편이자, 혜성처럼 나타난 미남자의 아빠. 나와 30여년을 같은 방에서, 옆 방에서 같이 살았는데, 나하고는 많이 다른 친구.

항상 형으로서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나만 훌쩍 떠나온것 같은 미안함과 태어나서 한번밖에 못본 하나뿐인 조카에 대한 미안함 뿐이라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형이야, 잘 지내? 별일 없고?” 조차도 쑥스러운 나이지만, 항상 동생의 주옥같은 글을 보고, 이번엔 무슨 광고를 만들었나 궁금한 “동생 팔불출”.

오늘도 눈과 가슴을 뻑뻑하게 만든 내 동생의 글 한자락과 수도 없이 찍어댄 사진 속에서 아이를 잃은 한 아버지의 오열하는 모습에 “가을타는걸꺼야…”라고 괜시리 위안해본다.

화려한 외식

김동욱@싸이월드 – 2009.11.09 11:07

감베올리오 스파게티에 고르곤졸라 피자와 꿀소스
다이어트 콜라에 브루스케타 세 조각…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국민의 특별한 외식메뉴로
전혀 손색없는 차림상이다
아니면 뻑적지근하고 질펀하게 먹고 놀라면
광어, 우럭, 농어가 한대 어우러진 모듬회 대자에
처음처럼 소주 두 병, 얼큰한 매운탕까지 곁들이면
한 상 잘차려 먹었다는 위안으로 또 몇 주는
미각의 호강을 되살리며 괜한 입맛을 다시진 않을 듯
여기 자장면을 비비는 손이 있다
늙고 매마르고 지쳐보이는 손 하나
투박한 굳은 살과 반점이 돋은 손은
나무젓가락의 무게조차 버거운 듯 느린 움직임이다
자장면을 힘겹게 비비고 자신의 입에 올리기보단
앞으로 밀어내어 누군가의 코앞에 들이대준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손을 뻣어 탕수육 소자접시에 담긴
작은 돼지고기튀김을 들어올린다
일요일 늦은 저녁…
너무나도 평범한 말이 되어버린 ‘중국집’ 한 구석엔
새하얀 머리카락의 한 소년과 그의 짝궁이 앉아있다
고르곤졸라를 몰라도 부르스케타라는 발음조차 어려워도
그들의 화려한 외식엔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마주 앉은 식탁에서 서로 말이 없다
머리가 하얗게 변하면 초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되는 텔레파시 능력…
어쩌면 스쳐지나갔을 수도 있는 한 노인부부의 중국집 유람
검디 검은 짜장면은 죽어도 모를 하얀 서리가 내린 머리카락의
낭만과 즐거움과 소소함과 일상의 축복들이
탕수육 소스와 함께 비벼지고 있다

3 thoughts on “내 동생”

  1. 이세상에 딸랑 둘뿐인 남자의 형제끼리 나누는대화가 가슴을 찡—-
    하게 느껴지는것은 부모이기때문인지 참 아름답게느껴지니까
    자주 소식 주고받으면좋겠구나 기대한다–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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