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소가 누워있는 모양이라해서 우도라 한다)는 지난번 제주도 여행때 왔다가, 조그만 섬에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풍광에 매료되어 다시한번 가보리라 맘 먹었던 곳이다. 제주도를 시계방향으로 돌아 서귀포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시골 바닷가 풍경을 즐기면서 성산일출봉 근처 자그만 항구에 내려 배를 타고 들어갔다.
마침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그 큰 페리호가 휘청거리며 아슬아슬하게 닻을 내리고 간것까지는 좋았으나, 평일에 바람도 많고, 성수기도 아니어서 그런지 선착장에서 쉽게 방을 구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잘못되었음은 금세 난감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터벅터벅 온갖 짐을 둘러메고 무작정 찾아 들어간 어느 민박집. 손님은 나 혼자고 방은 너무나 커서 휑~하고, 게다가 주인은 제주로 나가서 밤에나 온다고 옆 낚시점 주인이 대신 손님을 받았다.
그래.. 낚시점도 있으니 낚시도 하고 좋지머.. 그러나 바람이 이렇게 불면 고기 없다는 무심한 주인 아저씨의 말에 낮 11시부터 하루종일 뒹굴뒹굴.. 오후가 되니까 먹구름이 끼고 바람은 태풍처럼 변해가고. 민박집 자전거를 빌려 어렵게 어렵게 가게를 찾아 먹을걸 좀 사고.. 가스가 없어 생라면을 부셔먹으며 TV의 모든 채널을 섭렵하는 게으름(내 의지가 아니었다고…)의 사치를 누리며 하루를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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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다중노출
다음날은 너무나 어이없게도,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느즈막히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우도 한바퀴… 숙소 반대편쯤 갔을때 낚시를 하고 있는 두 아저씨를 발견하고 구경하고 있자니, “저쪽 가면 낚시점 있으니까 가서 미끼 사오슈. 같이 합시다” 우도 내 낚시점이 몇 안되는것 같은데… 내가 가지고 간 낚시대는 거의 장난감 수준이라.. 낚시줄과 찌 미끼를 사서 잽싸게 아저씨들과 합류했다.
때마침 물때라고 1-2시간 정도 하면 좋겠다는 말에 부푼꿈을 가지고 낚시대를 드리웠지만… 나에겐 운이 없었나보다. 갑자기 파도가 높아지고 해서.. 오늘은 텃다며 숙소로 돌아가 술이나 한잔 하자던 아저씨들을 뒤로 하고, 오후배로 우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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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소기업 사장님이라시던 조용한 아저씨
다음 목적지인 마라도(여긴 가본적이 없다)를 향해 우도의 정 반대편 모슬포항 버스를 타고, 버스안에서 만난 아주머니께서 일하신다는 허름한 여관에서 하루를 보냈다.
@ F80D/24-85G, 우도/제주도, 2005